애추석사
가을 저녁이 처참하여 풍우가 몰아쳐 캄캄하네 깊은 시름을 품고 잠깐 조느라니 내 혼이 둥둥 위로 올라갔네 허공을 가리키며 황홀하여 구불구불 길이 있는 듯 하였네 문득 저 하늘에 오르니 옥황님 계신 대궐 엄연했네 네 문을 활짝 열고 오라는데 그 누가 뒷걸음치며 주저하랴 내가 들어가 꿇어앉아 말씀아뢰니 옥황님 낯빛이 부드럽네 내가 여쭈오되, “하토의 미신이 맺힌 마음 펼 길이 없사오이다 전에 제가 강보를 겨우 면해서부터 반드시 옛 사람을 스승삼아 몸이 죽는 한이 있어도 인을 이루라는 중니의 수훈과 지사는 시궁창에 죽을 것을 잊지 말라는 그(공자)의 말씀, 맹자가 되새겼기에 차라리 힘 부조하여 중도에서 죽을지언정 정성스레 마음으로 지켜왔소 충군과 애국에 뜻으로 오로지 딴 생각이 없었사온데 어쩌다 시속 인심이 저리도 험하여서 곡학과 사심으로 저를 보기 도마 위의 고기같이 침 삼키고 이를 가나이까 저 아첨ㆍ중상배 들의 우쭐댐은 예로부터 남의 나라를 망치는 것 만 번 죽은들 제 무슨 후회있으련마는 이 뜻이 안 나타남이 두렵사와 가끔 높이 올라 멀리 바라보오니 이 길 버리고 어디를 가오리이까 어질디 어지신 옥황님 덕으로 저를 이 육침(陸沈 물없이 육지가 그대로 침몰된 것)에서 건져 주옵소서 눈물이 비처럼 섞여 내리고 가슴이 메어 조아리니 옥황님이 나의 충곡을 어여삐 여기사 오너라, 너 내 말을 듣거라 학문의 도 귀한 것은 변통하고 추이한 줄 아는 것 해가 중천에 왔다간 기울게 마련 달도 차면 이지러지나니 천도도 오래 일정하지 않거니 인사 어찌 안 그러하리 세상이 모남을 미워하는데 네 어찌 궁글게 하지 못하며 세상이 백을 숭상하는데 네 어이 홀로 현을 지키는가 너의 조난을 불쌍히 여긴다며는 그것은 또한 너의 탓 위험을 떠나 편안하려면 네 길을 돌림이 어떠할꼬 내가 묵묵히 물러나 곰곰 생각하니 옥황님의 은혜가 망극하되 나의 첫 마음은 고칠 수 없는 것 일생을 곤궁에 마치리라 나보다 천 년 전 앞서 난 분과 뒤에 올 사람들 무궁하네 내 뜻은 맹세코 못 돌리리니 옛날 사람 우러르며 몸 닦으리 온 세상 뭇 사람들 나를 모르니 이 글을 지어 스스로 위로하네